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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시간이 만든 우아함

에르메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뭘까?

누군가는 ‘버킨백’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주황빛 박스와 정갈하게 묶인 리본을 생각할지도 몰라요. 또 어떤 사람은 “너무 비싸서 못 사”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맞아요, 에르메스는 단순한 명품 브랜드가 아니에요. 그건 어쩌면 ‘시간’이라는 가치를 품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장인정신 그 자체일지도 몰라요.

오늘은 바로 그 ‘시간이 만든 우아함’—에르메스의 이야기예요. 화려함보다 조용한 품격을 선택한 브랜드, 유행을 좇기보다 전통과 철학을 고집하는 브랜드, 그게 바로 에르메스예요. 브랜드를 만든 사람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버킨백’이 왜 그렇게 대단한지, 그리고 지금의 에르메스를 만든 시간의 무게까지—천천히, 함께 들여다봐요.


작은 마구간에서 시작된 이야기

에르메스는 1837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라는 남자에 의해 시작됐어요. 당시 그는 고급 마구(馬具), 즉 말 타는 사람들이 쓰는 안장이나 마구 용품을 만드는 장인이었죠. 그리고 그 제품들은 주로 유럽의 상류층과 귀족들을 위한 것이었어요.

말이 주요 교통수단이던 시절, 좋은 마구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신분의 상징이었어요. 티에리 에르메스는 그런 부분에서 완벽함을 추구했어요. 하나하나 손으로 꼼꼼하게 만든 안장,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죽의 감촉—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에르메스의 품격’은 이때 이미 시작된 거예요.


“우린 절대 광고하지 않아요”

에르메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이 브랜드가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TV에서 에르메스 광고 본 적 있나요? 신문이나 인터넷 배너에서 봤던 적은요?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에르메스는 ‘진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 오게 하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브랜드 자체의 힘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기다리는 거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디자인과 품질로 말이에요. 그게 바로 ‘시간이 만든 우아함’이 드러나는 방식이에요.


버킨백과 켈리백, 단순한 가방이 아니에요

버킨백은 사실 한 번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어요.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였던 제인 버킨(Jane Birkin)이 비행기에서 에르메스 CEO였던 장 루이 뒤마(Hermès CEO Jean-Louis Dumas)를 만난 거예요. 그녀가 “수납 잘 되는 예쁜 가방이 없어서 불편해”라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스케치를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버킨백’이에요.

그리고 켈리백은 미국 배우이자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가 들면서 유명해졌죠. 그녀가 임신 사실을 가리기 위해 켈리백을 배에 대고 찍힌 사진이 너무 유명해졌어요. 그래서 그 가방은 이후 ‘켈리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죠.

이 두 가방은 단순히 ‘유명인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진다는 점, 가죽의 선택부터 바느질 한 땀까지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다는 점에서 특별해요. 그래서 주문하면 몇 년을 기다리는 것도 흔한 일이죠.


“빠르게 소비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느리게 간다”

에르메스는 패션계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브랜드예요. 요즘은 패스트패션, 초고속 런웨이, 한 시즌만 입고 버리는 옷들이 너무 많죠. 하지만 에르메스는 여전히 장인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한 개의 가방을 만드는 데 장인이 며칠, 혹은 몇 주를 쏟아붓고,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아예 폐기해버려요.

또, 제품을 다 만드는 데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요. 공정이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장인이 작업을 해요. 그러니 장인 입장에서도 자부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6대째 이어지는 철학, 가문을 지키는 힘

에르메스는 지금까지도 가족경영을 고수하고 있어요. 많은 명품 브랜드가 대기업에 인수되었지만, 에르메스는 아직도 에르메스 가문이 운영하고 있죠. 그리고 그건 이 브랜드가 가지는 고유한 ‘결’과 ‘고집’을 지켜주는 힘이 되어줘요.

무조건적인 성장보다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제품의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고, 매장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매장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요.


주황색 박스, 그 안에 담긴 모든 것

에르메스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이 상자는 알아볼 거예요. 정갈한 주황색 박스에 흰색 리본—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에요. 이 박스를 받는 순간, 사람들은 기대하게 돼요. “여기 안에 어떤 놀라운 게 있을까?”

에르메스는 제품만 만드는 게 아니라, ‘경험’을 선물하는 브랜드예요. 박스를 열 때 느끼는 감정, 포장을 푸는 순간의 설렘, 그리고 그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의 만족감까지. 그 모든 걸 디자인하는 거예요.


우아함은 결국, 시간이 만든다

에르메스를 보면 생각하게 돼요. 정말 멋있는 건, 결국 시간을 견뎌낸 것들이라는 걸요. 급하게 만들지 않고, 유행을 좇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것. 그게 진짜 우아함이 아닐까요?

오늘날의 에르메스는 단지 명품을 넘어서, 하나의 철학이 되었어요. 당신이 만약 지금 에르메스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단순히 가방이나 스카프를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을 품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 시간과 이야기를 물려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게 바로 에르메스가 말하는 ‘진짜 가치’인 거죠.


마무리하며, 한 가지 질문

“당신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에르메스는 묻고 있어요.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결국 ‘시간’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요. 그리고 그런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누군가는 가죽을 다듬고, 바늘을 꿰고 있겠죠.

우아함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기다림 속에서 자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발하는 거예요.

에르메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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